김시월작가는 암석의 형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합니다.
모래와 흙은 바위로부터 풍화되어, 공예가에게 재료로 주어졌습니다.
재료들을 손길과 바람과 불길을 지나 다시 암석으로 굳어집니다.
자연(自然)과 인위(人爲) 사이 줄타는 일은 공예가에게 숙명과도 같습니다.
단단하고 거슬거슬한 돌의 물성은, 풍화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한 장면이 됩니다.
'검은 벽돌 조각'은 김시월의 도자 작품 세계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그니쳐 로고 입니다.
이 작품은 계곡에서 발견된 원본을 본 따 만들었습니다.
구멍이 세 개 뚫린 벽돌의 가운데가 반으로 갈라지고, 모서리가 풍화되어 둥글게 굴려진 모양새입니다.
벽돌이란 건축 구조를 이루는 하나의 유닛입니다.
이는 인류 사회와 문명의 가장 작은 기초이자 대표입니다.
그중 하나의 개체가 어떤 운명으로 계곡까지 굴러와 풍화되었습니다.
사람의 필요에 의해 제작된 무언가가 물에 씻겨 최종적으로 완성된 형태를 얻었습니다.
손의 의도성과 자연의 작용이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이야기.
도자 작가 김시월의 조형 세계관을 관통하는 주제입니다.